[상속분쟁]-"왜 아들만 집 사주나 … 내 상속분 달라" 딸들의 반란-유산 소송 10년 새 10배 … 원고 절반이 딸
"왜 아들만 집 사주나 … 내 상속분 달라" 딸들의 반란
[중앙일보] 입력 2013.05.14 00:07 / 수정 2013.05.14 00:43
[이슈추적] 유산 소송 10년 새 10배 … 원고 절반이 딸
36년 전 민법이 개정되면서 새 상속제도가 하나 생겼다. 하지만 이용률은 저조했다. 유언을 통해 더 예쁜 자식에게 재산을 더 주는 걸 용인하는 사회 분위기도 한몫했다. 변화는 여권 신장의 속도에 비례해 나타났다. 부모가 남긴 상속재산을 둘러싸고 자식들이 벌이는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이 10년 새 10배 늘었다. 원고 중 절반이 딸이라서 ‘딸들의 반란’으로 불린다.
경기 용인시에 사는 박모(45)씨는 지난해 두 명의 가족을 한꺼번에 잃었다. 3월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데 이어 그해 6월 법원 서류 한 장이 집으로 날아오면서 막내 여동생(40)과 사실상 절연 상태가 되면서다. 아버지가 숨진 뒤 3개월 만에 송달된 건 서울중앙지법 소인이 찍힌 민사소장이었다. 원고는 여동생, 피고는 어머니와 박씨를 포함한 3명의 오빠였다. 소장에서 여동생은 “아버지가 생전에 오빠들에게만 집 사라고 돈 주고 땅도 나눠주고 내게는 한 푼도 주지 않았다. 아버지가 남긴 재산 중 내 유류분(遺留分) 1억여원을 돌려달라”고 주장했다.
가족들이 설득했지만 여동생은 완강했다. 1년간의 법정 다툼 끝에 지난 3월 법원은 “동생에게 4000만원을 주라”고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이번엔 오빠들이 화가 났다.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며 조정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재판부에 판결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심리가 진행 중이다.
사진출처: 조인스msn
피고 측 관계자는 “조정 과정에서 여동생이 어머니가 자신을 학대했고 오빠들이 공모해서 아버지를 죽였다고까지 주장해 가족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이 틀어졌다”며 “오빠들 입장에선 아버지도 잃고 동생까지 잃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박씨 가족의 경우처럼 부모가 숨진 후 형제·자매 등 공동상속인이 “재산 상속이 불공평했다”며 서로를 상대로 내는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이 크게 늘고 있다.
대법원에 따르면 2002년 한 해 69건에 불과했던 유류분 소송은 지난해 588건으로 10년 새 10배 가까이 폭증했다. 원인으로는 딸들의 권리의식 향상이 첫손에 꼽힌다. 실제로 유류분 소송의 원고는 딸이 아들보다 두 배가량 많았다. 본지가 지난해 1월부터 올 3월까지 서울 소재 법원에서 판결이 내려진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 67건의 판결문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원고의 절반을 웃도는 51.6%가 딸인 데 반해 아들은 25.2%에 그쳤다. 피상속인(상속 재산의 원소유주)의 아내는 3.8%, 나머지 19.5%는 피상속인의 형제자매 및 사망한 상속인의 유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송을 당하는 피고는 아들이 49.6%로 가장 많았다. 딸은 18.8%에 불과했다. 전체 사건 중 피고에 장남이 포함된 건 61.2%. 장남이 원고에 포함된 사건은 4.5%에 불과했다.
2005년 "여성도 종중" 판례 이후 늘어
2005년 대법원이 종중 구성원의 자격을 20세 이상 성인 여성에게도 허용하는 새 판례를 내놓은 영향도 크다는 분석이다. 이전까지는 성인 남자로 제한돼 있었다. 실제로 그 판결 이전에는 한 해 20~30건씩 늘어나던 유류분 청구 소송이 판결 이듬해부터 50~80건씩 늘어났다.
◆유류분 (遺留分)
[민법 제1112조~1117조]
일정 범위의 법정 상속인(근친자)에게 받을 권리가 보장된 상속재산.
자신의 법정상속분의 절반까지 유류분으로 인정된다. 이보다 적게 받은 경우 상속인을 상대로 유류분 반환 청구를 할 수 있다. 피상속인으로부터 생전 증여 또는 유언 증여를 받지 못한 상속인에게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도입됐다. 영국·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가 채용하고 있으며 국내에선 1977년 민법 개정 때 신설됐다.
출처: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