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분쟁]-“유산 더 내놔” 할머니·삼촌 협박한 20대
“돈 안주면 상속 당시 탈세 고발하겠다, 집에 불 지르겠다”
전화·편지 등 60여차례… 주식으로 재산 날린 父가 시켜
생활비와 유산을 요구하며 할머니와 삼촌을 협박한 20대 손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속초경찰서는 28일 생활비와 유산을 달라며 할머니와 삼촌을 상대로 60여차례에 걸쳐 욕설과 공갈 협박(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등을 한 혐의로 손자 A(27·미국국적)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A씨에게 이같은 행위를 하도록 교사한 혐의로 A씨의 아버지 B(58)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2월 4일 밤 9시께 자신의 할머니 C(86)씨의 집에 찾아가 “할아버지 유산을 더 내놓지 않으면 집에 불을 지르겠다”고 협박한 혐의다. 이후 A씨는 지난 3일까지 구두 3회, 전화 음성메시지 10회, 이메일 46회, 협박편지 1회 등 모두 60차례에 걸쳐 C씨와 삼촌 D(56)씨 등에게 협박 등을 일삼은 혐의도 받고 있다. 특히 협박편지에서 A씨는 “돈을 주지 않으면 유산 상속 당시 탈세 등 비위 사실을 고발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A씨의 아버지 B씨는 1996년 부친이 숨지면서 25억원 가량을 상속받은 뒤 미국으로 갔다가 2006년 귀국했으며 이후 재산 분할을 더 요구해 11억원을 받는 등 형제들 중 유산을 가장 많이 물려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B씨는 받은 돈 대부분을 주식 등으로 날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협박에 시달린 할머니 C씨와 삼촌 D씨는 결국 지난 2월 15일 고소장을 경찰에 접수하고 강력한 처벌을 요청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돈이 없고 살기 힘들어서 그랬다”고 말했지만 B씨는 혐의 내용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고소장을 접수할 당시 할머니와 삼촌이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 처럼 보였다”며 “A씨의 한국어 실력이 다소 서툰 점을 감안, 아버지 B씨에 대해 수사를 진행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