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포기]-대법 "부모가 상속포기하면 손주가 조부모 채무상속 책임"이라는 사례
"상속포기 신청 기간 기산일은 '자신이 상속인임을 명확하게 안 때'"
【서울=뉴시스】장민성 기자 = 조부모 중 한 사람이 사망한 후 남긴 채무에 대해 자녀들이 상속을 포기했다면 사망자의 배우자와 손주가 그 빚을 공동으로 갚아야 할 법적 책임을 진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사망자의 자녀 모두 상속을 포기했다면 사망자의 배우자와 손주 또는 직계존속이 공동 상속인이 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A주식회사가 이모(사망)씨의 손주 3명을 상대로 낸 대여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이씨의 손주 3명은 A주식회사에 각각 9000여만원씩 총 2억7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상속을 포기한 자는 '상속이 시작된 때'부터 상속인이 아닌 것과 같은 지위에 놓이게 된다"며 "사망자의 자녀들이 전부 상속을 포기한 경우에는 사망자의 배우자와 손주 또는 직계존속이 공동으로 상속인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씨의 자녀들이 전부 상속을 포기한 이상 이씨의 손주들은 이씨의 배우자와 공동으로 이씨의 재산을 상속한다고 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이씨의 손주들이 이씨의 상속인이라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사망자의 손주가 상속포기를 신청할 수 있는 기간의 기산일을 '자신이 상속인임을 명확하게 안 때'로 정해 상속포기를 할 수 있는 기간을 충분히 부여했다.
재판부는 "손주들의 친권자인 이씨의 자녀들은 적어도 이 판결이 선고되기 전에는 자신의 자녀이자 이씨의 손주인 피고들이 상속인이 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인정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이 경우 손주들에 대해서는 민법에서 정한 상속포기 기간이 경과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A사는 2009년 10월 이씨에게 6억원을 빌려줬고, 이씨의 배우자는 이 채무를 연대보증했다.
A사는 이보다 앞선 2009년 1월엔 선급금 3억원을 지급하면서 이씨와 고철 거래를 시작했다가 같은해 10월 거래를 중단했다. 거래 중단 당시 이씨가 A사에 돌려줘야 할 선급금은 4100여만원이었다.
A사는 2010년 8월 이씨가 사망한 이후 이씨의 자녀들이 상속을 포기하자 이씨의 배우자는 물론 이씨의 손주 3명 등을 상대로 "빌려준 돈과 선급금 잔액을 합한 6억4000여만원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1·2심은 "이씨의 자녀들이 전부 상속을 포기한 경우 이씨의 배우자와 손주들이 채무를 부담해야 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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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뉴시스